“지역의료 병들었다”…의료취약지 공공병원장의 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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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영월의료원
- 날짜 작성일24-07-2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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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료 병들었다”…의료취약지 공공병원장의 한탄
기사승인 2024-07-26 06:00:03
서울의 한 대학병원 수술실 안으로 의료진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의사가 없다. 연봉 3억원을 내걸어도 오지 않는다. 환자는 외면하고 정부마저 등을 돌렸다. 적자만 나는 구조 속에서 남은 의료진마저 떠난다. 지방의료원 이야기다. 코로나19 펜데믹을 극복하며 감염 확산을 막는 영웅으로 불렸지만 이제는 빛바랜 영광이 됐다. 전공의 집단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 사태로 인해 지방의료원의 어려움은 더욱 커졌다. 지역 거점 공공병원 역할을 하며 주민 건강을 책임지는 지방의료원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의료원은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일하던 의사가 은퇴하고 흘러들어오는 곳, 경쟁에서 밀린 의사가 어쩔 수 없이 머무는 곳이란 취급을 받는다. 이런 취급을 받는데 어떤 의사가 오고 싶겠는가.” 25일 서영준 강원도영월의료원 원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영월의료원은 의료취약지로 꼽히는 강원 영월·정선·평창군 지역 주민의 건강을 맡고 있다.
서 원장은 전국 35개 지방의료원 중 도시 지역 일부 의료원을 제외하면 모두 비슷한 어려움에 처해있다고 했다. 특히 인력 문제가 가장 큰 골칫거리다. 영월의료원은 1년 넘게 신경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3억2000만원이라는 고액 연봉을 제시해도 의사가 지원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충북 제천명지병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심혈관 환자를 보내고 있다.
전공의 사직에 따른 의료 현장 혼란이 장기화 되면서 의료진 구하기는 더 힘들어진 상태다. 흑자였던 경영 상황은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보건복지부 지역거점공공병원 알리미에 따르면 영월의료원은 2022년 1억2352만원의 흑자를 냈지만 2023년 36억8214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서 원장은 “환자는 봐야 하는데 의사가 안 구해져서 공고를 낼 때마다 연봉이 1000만원씩 오르고 있다”며 “일단 지원하면 다 받아야지 걸러서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라고 털어놨다.
인력난은 영월의료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강원 속초의료원 응급실은 의료진 줄퇴사로 축소 운영에 들어갔다. 속초의료원은 지난해 초에도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 중 2명이 떠나 두 달여간 응급실 운영을 축소한 바 있다. 지난 1월부터 의료진 채용을 위한 공고를 10차례 진행했으나, 충원에 거듭 실패하는 등 인력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속초의료원 경영 상황 역시 2022년 21억4047만원 흑자에서 61억6799만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지방의료원들은 코로나19 유행 당시 위기 극복의 일등 공신으로 꼽혔다. 하지만 지금은 국민, 의사, 정부로부터 외면 받는 신세가 됐다는 토로가 들린다. 서 원장은 “정부는 공공병원을 지역의료 안전망이라 해놓고 지방의료원 의사를 용병처럼 여긴다”면서 “코로나 유행 때 공공병원이 앞장서서 환자를 보니 구국의 영웅이라고 칭했지만 지금은 버림받은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는 지역의료 강화에 크게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란 교육, 주거 등 정주 여건을 보장하는 대신 일정 기간 지역 의료기관에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서 원장은 “이미 지방의료원들이 의료진에게 웃돈을 얹어주고 정주 여건을 제공하며 연구 수당도 주고 있는데 지원하지 않고 이탈하기 일쑤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으로 의사 수는 늘어나게 됐지만, 이들이 전문의가 되려면 최소 10년 이상 걸린다. 그 사이 지역의료 환경은 더 나빠질 것”이라며 “지역의료만을 생각하는 공공병원 의사를 별도로 양성하지 않는 이상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뿌리 깊이 박힌 지방의료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서 원장은 “젊고 유능한 의사 대신 수도권 경쟁에서 밀려난 의사가 어쩔 수 없이 오는 곳이 지방의료원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힌 게 슬프다”며 “지방의료원이 위중증 진료는 어려워도 일반적 환자는 충분히 볼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짚었다.
또 민간병원과 공공병원의 역할 구분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영월의료원이 제천명지병원과 협약을 맺은 것처럼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이 협력하는 모델이 확산돼야 한다”면서 “지방의료원이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가 현장의 이야기를 많이 듣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정부는 지방의료원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지원 방안을 시행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3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지역·필수의료 분야 공공의료기관의 역할과 기능 재정립 방안을 보완하는 한편 지방의료원별 정책적 지원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의사가 없다. 연봉 3억원을 내걸어도 오지 않는다. 환자는 외면하고 정부마저 등을 돌렸다. 적자만 나는 구조 속에서 남은 의료진마저 떠난다. 지방의료원 이야기다. 코로나19 펜데믹을 극복하며 감염 확산을 막는 영웅으로 불렸지만 이제는 빛바랜 영광이 됐다. 전공의 집단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 사태로 인해 지방의료원의 어려움은 더욱 커졌다. 지역 거점 공공병원 역할을 하며 주민 건강을 책임지는 지방의료원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의료원은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일하던 의사가 은퇴하고 흘러들어오는 곳, 경쟁에서 밀린 의사가 어쩔 수 없이 머무는 곳이란 취급을 받는다. 이런 취급을 받는데 어떤 의사가 오고 싶겠는가.” 25일 서영준 강원도영월의료원 원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영월의료원은 의료취약지로 꼽히는 강원 영월·정선·평창군 지역 주민의 건강을 맡고 있다.
서 원장은 전국 35개 지방의료원 중 도시 지역 일부 의료원을 제외하면 모두 비슷한 어려움에 처해있다고 했다. 특히 인력 문제가 가장 큰 골칫거리다. 영월의료원은 1년 넘게 신경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3억2000만원이라는 고액 연봉을 제시해도 의사가 지원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충북 제천명지병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심혈관 환자를 보내고 있다.
전공의 사직에 따른 의료 현장 혼란이 장기화 되면서 의료진 구하기는 더 힘들어진 상태다. 흑자였던 경영 상황은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보건복지부 지역거점공공병원 알리미에 따르면 영월의료원은 2022년 1억2352만원의 흑자를 냈지만 2023년 36억8214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서 원장은 “환자는 봐야 하는데 의사가 안 구해져서 공고를 낼 때마다 연봉이 1000만원씩 오르고 있다”며 “일단 지원하면 다 받아야지 걸러서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라고 털어놨다.
인력난은 영월의료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강원 속초의료원 응급실은 의료진 줄퇴사로 축소 운영에 들어갔다. 속초의료원은 지난해 초에도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 중 2명이 떠나 두 달여간 응급실 운영을 축소한 바 있다. 지난 1월부터 의료진 채용을 위한 공고를 10차례 진행했으나, 충원에 거듭 실패하는 등 인력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속초의료원 경영 상황 역시 2022년 21억4047만원 흑자에서 61억6799만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지방의료원들은 코로나19 유행 당시 위기 극복의 일등 공신으로 꼽혔다. 하지만 지금은 국민, 의사, 정부로부터 외면 받는 신세가 됐다는 토로가 들린다. 서 원장은 “정부는 공공병원을 지역의료 안전망이라 해놓고 지방의료원 의사를 용병처럼 여긴다”면서 “코로나 유행 때 공공병원이 앞장서서 환자를 보니 구국의 영웅이라고 칭했지만 지금은 버림받은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는 지역의료 강화에 크게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란 교육, 주거 등 정주 여건을 보장하는 대신 일정 기간 지역 의료기관에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서 원장은 “이미 지방의료원들이 의료진에게 웃돈을 얹어주고 정주 여건을 제공하며 연구 수당도 주고 있는데 지원하지 않고 이탈하기 일쑤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으로 의사 수는 늘어나게 됐지만, 이들이 전문의가 되려면 최소 10년 이상 걸린다. 그 사이 지역의료 환경은 더 나빠질 것”이라며 “지역의료만을 생각하는 공공병원 의사를 별도로 양성하지 않는 이상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뿌리 깊이 박힌 지방의료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서 원장은 “젊고 유능한 의사 대신 수도권 경쟁에서 밀려난 의사가 어쩔 수 없이 오는 곳이 지방의료원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힌 게 슬프다”며 “지방의료원이 위중증 진료는 어려워도 일반적 환자는 충분히 볼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짚었다.
또 민간병원과 공공병원의 역할 구분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영월의료원이 제천명지병원과 협약을 맺은 것처럼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이 협력하는 모델이 확산돼야 한다”면서 “지방의료원이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가 현장의 이야기를 많이 듣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정부는 지방의료원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지원 방안을 시행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3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지역·필수의료 분야 공공의료기관의 역할과 기능 재정립 방안을 보완하는 한편 지방의료원별 정책적 지원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